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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회사생활 정리

회사에서 알려주는 자잘한 퇴사 체크리스트를 제외하고 크게 다음의 세가지가 완료되어야 한다.
1. 세금정산(tax clearance)
2. EP 취소
3. EPF 출금

2021년 10월 현재는 COVID-19의 여파로 공공기관들이 제한된 slot만을 운영하고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서 될 수 있는 한 빨리 시작하는게 좋다. 이 외에도 인터넷과 후불 핸드폰 요금제를 위한 deposit, 로드텍스와 자동차 보험료 환급 등을 돌려 받는데 많게는 두세달 까지 시간이 소요되므로 은행 계좌는 당분간 계속 열어두는게 좋다.

사전 준비

회사에 이야기해서 터미네이션 날짜와 출국 날짜를 정하면 우선 비행편 부터 끊자, 여러 기관에서 출국일자에 대한 근거서류로 사용될 수 있다. 그리고 하드카피로 제출해야하는 문서들이 꽤나 있으니 프린트와 스캔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이 좋다.

• 출국 비행편
• 인터넷 등의 서비스 종료일자 지정
• 은행계좌 유지

Tax Clearance

회사에 CP21 문서를 요청하고 PCBII와 지난 3년간의 EA form 그리고 세금 면제를 위한 영수증들을 준비해 둔다. HASIL homepage에 가면 BE form을 찾을 수 있는데, 가장 최근 해의 양식을 다운로드 받아서 수기로 선을 긋고 해당 년도로 수정한 다음 내용을 작성한다. 준비된 서류는 가까운 LHDN branch를 방문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온라인 제출도 받고 있다. e-SPC를 통해 제출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HR을 통해 LHDN에 물어봤더니 그냥 소프트카피들을 메일로 보내고 하드카피를 별도로 LHDN office로 보내면 방문할 필요 없이 접수를 해준다고 한다.

BE form의 영문버전은 참조용이며 반드시 말레이어버전을 작성해서 제출해야 함에 유의 해야한다.

안내에 따라 소프트카피들을 10MB이내로 압축해서 보내고 DHL로 하드카피를 사무실로 보냈다. 우편접수는 12시까지만 받는다고 해서 DHL에 시간을 지정해서 배달해달라고 했는데, 당연하게도 잘 받았다는 응답같은건 보내주지 않는다. DHL에서트래커를 보고 있다가 도착확인해달라고 메일을 보냈는데 이 또한 당연하게도 응답이 없다.

14 working day가 소요된다고 하는데, 주말과 공휴일을 빼면 대략 한달 정도된다. Tax agent에 물어보니 tax clearance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출국은 가능하다고 한다. IRB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상태가 하니라면.

제출 서류
• CP21
• BE form(malay version)
• PCBII
• 3년치 EA form
• Traveling schedule
• 여권 scan
• 세금면제 영수증들

EP cancelation

이 건은 직접하지 않고 회사와 계약된 agent가 처리해 주었는데 이민국이 제한된 slot만을 운영하고 있어서 곧바로 처리되지 못할 수도 있다. 출국 비행기표와 여권을 보내 주었는데 대략 이틀 정도 지나서 완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돌려받은 여권에는 EP page에 수기로 expiary date이 출국날짜로 수정되어 있고, 출국일정에 대한 메모가 남겨져 있다.

EPF 출금신청

회사로 부터 EPF 기여내역과 퇴사 레터를 받으면 진행 할 수 있다. 또한 실물 여권이 없으면 부가 서류가 필요하므로, EP 취소가 완료되고 여권을 돌려받은 상태에서 진행하는게 수월하다. 회사 HR담당자의 이야기로는 서류 미비는 대부분 제출할때 걸러지고 제출이 완료된 후에 서류 문제로 출금신청이 거부되거나 연기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시민권자가 아니면 온라인 제출을 할 수 없으니 방문하고자 하는 지점에 appointment를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방문해야 한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9K AHL문서를 작성할 때 “Foreign worker”가 아닌 “Expatriate”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처리기간은 공식적으로 21 working days라는데 의외로 3일 만에 통장으로 입금되었다(금요일 신청 화요일 입금). 만약의 경우 출국일까지 처리가 안되어도 출국은 가능하다.

제출 서류
• KSWP 9K AHL.
• 여권번호 페이지 사본.
• Termination letter.
• Member contribution verification form by employer.
• (실물 여권 지참)

페낭 정착기

한국에서 페낭으로

한국에서 말레이시아 페낭으로 가는 직행 비행기가 없었기 때문에 쿠알라룸프르를 거쳐 페낭으로 가는 비행편을 구했다. 아침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있기는 했지만, 두시간 전에 나와서 수속을 마치려면 가족과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오후 4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골랐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울먹이는 가족의 배웅을 뒤로 하고 타고 온 오후 비행기는 다음 연계되는 편이 8시간이나 떨어져 있어서 8시간동안이나 공항에서 버텨한다는 사실을 그다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었다. 비행기 안에서 충분히 자 두면 밤샘 쯤은 식은죽 먹기일 거라며…

쿠알라룸푸르에 내려서 페낭가는 비행기로 환승하려고 갔더니 입국심사하는 아저씨가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면서 아직 시간 엄청 많이 남았는데 정말 들어 갈 거냐고 물어 본다. 배가 고팠다. 지난번 기억으로는 안에 가게들도 별로 없었기에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다시 KLIA2 공항으로 쪽으로 나왔다.

KLIA2는 마치 해외 자본의 각축장인것 같다. 이렇게 크게 지어 놓은 건물의 대부분이 외국계 프렌차이즈나 편의점들로 가득차 있어서 한국의 여느 동네와 같은 익숙함이 느껴진다. 심지어 요즘엔 한국에서 안보이는 패밀리 마트도 있다. 돈을 내고 가계로 들어가지 않으면 마땅히 앉아 있을 곳 마져 없는 이 공항에서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좀 앉아 있고 싶었지만, 커피를 줄이 려고 마음먹은 터여서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시간 보낼 곳이 없는지 여러곳을 검색해 봤다.

일전에 쿠알라룸프루 공항에서 아침까지 버티다가 에어로라인 버스를 타고 페낭으로 가는 여정을 고려했을때, 이 공항 안에 있는 저렴한 컨테이너 호텔에서 몇시간 자다가 출발하는 것을 생각했었기 때문에 혹시나 한 3시간정도 잘 수 있는 방이 있는지 확인해 봤는데 3명이서 쓰는 12시간 짜리 방밖에 남은게 없었다. 게다가 가격이 대략 10만원정도나 하기 때문에 다른 곳을 찾다가 시간당 가격은 더 비싸지만, 2시간에 5만원 정도하는 플라자 프리미엄 라운지가 있어서 물어보니 방이 다 찼단다. 8시간을 너무 만만히 보고 아무 예약도 하지 않은 안일한 내 탓이다.

시간이 흐르자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아지고, 맥도날드가게 안에는 햄버거 하나 시켜서 먹고 불편한 의자에 널부러진 사람들이 보이고, 스타벅스에는 이미 의자에 앉아서 잠든 사람들도 더이상 자리가 없고, 왠만한 기둥의 콘센트들을 중심으로 서로 낯선 여행객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충전을 하면서 각자의 핸드폰을 쳐다보는 풍경이 벌어진다. 나도 사람이 없는 충전기 기둥을 하나 찾아가서 핸드폰을 충전하고 핫스팟을 켰는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어느새 이 근처는 부랑자 합숙소 마냥 땅바닥에 널부러져서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되었다.

호텔(?) – Econtel

지역과 금액만 정해지면 페낭에서 집구하기는 한국만큼 어렵지는 않다는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말만 믿고 2주안에 집을 구하고 그 안에 checkout 하겠다며 agoda.com에서 싼 호텔을 찾아 다니다가 걸린게 Encotel 이라는 호텔이라는 이름의 값싼 모텔이었다. Agoda의 평점은 형편 없었지만 싼 가격에라도 비싼 수준의 서비스를 바라는 사람들의 심보가 반영된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고 2주치를 선불결제 했다.

주차할 자리가 모자라서 이중 삼중 주차를 하는 상가 주차장을 이 호텔이 함께 사용한다는 것과 그나마도 시간당 1링깃의 주차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5시간 이상은 5링깃) 간신히 잡은 세마리의 모기와 수도 없는 개미들, 제대로 잠기지 않는 문과 방충망이 없음에도 닫히지 않는 창문, 침대 하나와 화장실로 꽉 차는 좁아터진 방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실 주차장은 내 가장 큰 걱정 거리 이기도 했어서, Google street view로 이 호텔의 주차장 입구를 미리 확인했을 때는 안심했었는데 그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세배 비싼 다른 호텔의 주차장 이었을 줄이야… 엘리베이터도 없는 계단을 30kg이 넘는 짐을 들고 옮긴 다음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예정보다 일찍 체크아웃 하게되면 남은 돈은 돌려 줄 수 있는지 카운터에 물어 봤다. 원래 자기네 정책상으로는 되는데 내 경우는 Agoda를 통해서 계약 했으니 그쪽으로 물어 보라고 한다. Agoda에서 보내주는 확약 메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는데 “체크인 14일 이내에 취소하면 결제 요금 전체가 수수료로 부과 됩니다. No show하면 환불 불가합니다.” 다시말해 전체 요금을 모두 선불한 내 경우는 국물도 없다는 거다.

연휴 기간에 집구하기

멋도 모르고 음력설 연휴기간을 끼고 입국 했더니 부동산 agent들이 연락을 안받는다. 중국계가 많은 이 지역에서도 음력 연휴는 큰 명절기간이다. iProperty.com하나면 모든게 해결될 거라고 기대했던 내 얄팍한 계획이 현실의 벽앞에 좌절되고 있었다. 페낭관련 카페에서 활동한다는 한국분의 연락처를 찾아서 급한 마음에 연락을 했더니 바로 다음에 세채의 집을 보여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아니 두개의 쓰레기와 집 한 채라고 하는게 맞겠다. 급한 연락에 애써 준건 고맙지만 혼자 있을 집이니까 안 커도 된다고 말했음에도 굳이 방이 3개나 있는 낡은 집들을 보여주고나서 마지막에야 신축한 집을 보여주는건 일종의 판매 전략인건가?

마지막으로 본 집은 새로 지은 콘도의 스튜디오 룸이어서 크지도 않고 방도 깨끗해서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는데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월세 100링깃을 깎으려고 시도해 봤더니 의외로 바로 먹혔다. 더 불러 볼걸 그랬나… 하지만 사실은 연일 계속되는 개미와 모기의 협공으로 하루라도 빨리 호텔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 뿐이어서 안깎아 준다고 했어도 덥썩 물었을 것이다. 집주인 잘 만나는게 중요하다는 말을 여러번 들었는데, 한국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는 이 젊은 중국계 부부는 무척이나 호의적인 사람들이었다.

다만 그 후에 이 집에서 생활하면서 깨달은게 있는데, 페낭 섬에서 바다가 바로 보이는 view가 멋있지만 낮 동안 받는 태양 빛이 너무 많아서 에어컨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 할 정도이다. “일조량이 좋은” 집이 좋다는 건 거의 평생을 북위 38도 근방에서 살아온 나의 편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