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영어학원에서 추석을 앞두고 학원을 이전한다는 안내가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사가는 위치는 알려주지 않았는데 원어민 선생님들도 위치는 모른다고 했다. 이때 눈치를 챘어야 하는 건데… 막상 추석 연휴 후에는 11월 부터 시작하겠다는 문자가 왔다.
11월이 되서 수업 예약을 하려고 연락을 했더니 연락이 되지 않아서 혹시나 하고 학윈에 가봤더니 기자재는 모두 빠지고 붙어있는 연락처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뿔싸!
이번엔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사업자 등록번호로 국세청에조회 해보니 10월 30일자로 폐업신고 되어있었다. 응?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으니 남부교육청으로 배당되고 며칠후 연락이 왔다. 담당자의 이야기는 이 학원에 대한 여러 민원이 있었고, 현재는 영등포 경찰서 경제팀에서 이 내용을 이미 수사하고 있으니, 연락해 보라며 연락처를 주고 올린 민원을 취하해 달라고 했다.
영등포 경찰서에 연락을 했더니 결제한 카드 영수증을 가지고 방문해 달라고 한다. 책상 서랍에서 찾아낸 영수증과 함께 돈을 지불할 때 작성했던 계약서를 가지고 상담실로 가서 내용을 설명했더니 근무 하시던 분이 한참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형사: “이게전산에안뜨는데.. 네.. 네.. 아.. 그럼별건으로간다고요?”
‘별건으로 간다’는 건 아마도 사안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각 사건을 별도로 판단하겠다는 의미 인 듯 싶었다. 중요한 건이라고 생각했으면 하나의 증거라도 더 모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통화가 끝난 후에는 기나긴 상황 설명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질문/답변이 이어졌다. 했던 얘기를 또 묻고 또 묻던 형사 아저씨가 계약서의 날짜를 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형사: “선생님이거계약하신날짜가작년 5월이네요?”
나: “네..”
형사: “그리고시월까지는수업받으신거고.”
나: “네..”
형사: “그럼이건사기로못넣어요계약을할시점에의도가있었어야하는데이경우는수업을진행했잖아요.”
나: “아뇨사기로고소하고싶진않고요남은수업료만돌려받으면돼요.”
형사: “그럼여기가아니라소액심판으로가셔야지..”
나: “저더러영수증갖고여기로오라면서요..”
형사: “아니그래서지금이렇게알려드리는거잖아요.”
‘귀찮은거 한건 해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형사 아저씨의 기새등등한 반전공격에 혹시나 싶어 소액심판 청구를 알아보니 약 9만원 정도의 비용과 서류 작성하러 법원에 다니는데 추가로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 학원 경영자가 잡혀서 받을수 있다는게 확실하다면 모를까 그냥 잃어버린셈 치자고… 잠시나마 20만원 정도 되찾을 수 있을거라고 기대했던 순진함을 질책했다.
모든게 끝나고 나서 든 생각인데.. 학원이 저렇게 문자를 보내서 인테리어 업체 어쩌네 하며 나를 안심시키고 나서 뒤로는 폐업신고 한것도 사기의도로 볼 수 없는 건가?
아직 서버 비용은 남아 있는 모양인지 MBE academy의홈페이지는 계속 열려 있다. 중국어 강사인 것 마냥 오해 하게 끔 팝업창에서 광고당하는 James 선생님과 늘 반갑게 맞아 주던 작가 Rachel 선생님, 잡학다식 해서 모르는게 없던 Allen 선생님, 타국생활에 대해 친절히 조언해 주시던 Stephanie 선생님, 영어 가르쳐서 버는 돈으로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던 Peter 선생님, 90% 확률로 재계약 할꺼라고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안 보이던 Grant 선생님들께 마지막 인사도 못하게 되어서 무척 아쉽다. 덕분에 많이 배우게 되어서 고맙다는 말은 꼭 하고 싶었는데… 폐업할 때 남은 임금이나마 잘 받으셨기를 바란다.
또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원 경영하느라 고생하셨던 Jimmy S. Han 선생님 너 이 개새끼 두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