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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핸드폰 선불 요금제(Celcom)

Celcom의 후불 요금제는 한국의 것과 거의 유사하다. 요금제 마다 다른 양의 데이터가 제공되고 매달 요금을 지불한다. 다만 외국인들에게는 보증금(deposit) 500링깃을 추가로 요구하는데 이 돈은 후불 요금제를 종료하면 60일 이내에 수표나 계좌이체로 돌려준다. 이 때 번호를 유지한 채 요금제만 후불로 변경하는 것을 불가능하고 새로운 선불제 번호를 사야한다. 꼭 번호를 유지하고 싶다면 다른 통신사로 옮겼다가 다시 돌아오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시도해 보진 않았다.

반면 선불 요금제에는 보증금이 없다. 전화번호를 유지하기 위해 유효일을 구매하는데 하루에 RM1이다. 예를 들어 30일간 전화번호를 유지하고 싶다고 하면 RM30을 들여서 유효일을 구매하면 되고, 연장하고 싶으면 추가로 구매하면 된다. 연장하지 않으면 번호는 회수되어 추후에 재 판매된다.

선불 폰 번호들은 나쁜 짓에 쓰이다가 회수된 것들이 많아서 자칫 blacklsit에 오른 번호가 걸리면 내가 하지도 않은 짓들 때문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일전에 샀던 선불 번호가 Grab에 무슨 짓을 했는지 회원가입이 되질 않아서 한참 CS랑 메세지를 주고 받다가 결국 새 번호를 사야 했었더랬다.

선불 요금제 30일치를 한 번에 결제하면 무제한 인터넷과 3GB의 핫스팟 용량을 주는데, 주의할 점은 여기서 말하는 무제한 인터넷은 속도 제한 걸린 최대속도 2.5Mbps 짜리라는 점이다. 4G안테나 뜨고 2.5Mbps라니… 반면, 용량제한이 있는 3GB짜리 핫스팟은 이보다는 빠른 6Mbps 정도 속도이다. 핸드폰은 느려터지지만 핫스팟으로 연결한 랩탑은 2배이상 빠른 아이러니다.

2.5Mbps는 느려터진 저속이지만 추가로 1일 3일 5일 등 특정 기간동안 속도를 정상으로 풀어주는 유료 아이템(add-on)들이 있어서 추가 현질을 하면 약간 더 빠른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이시국에 장기 한국행과 비자발적 치팅 데이

준비와 공항도착

복잡한 사내결재 절차와 이민국 허가 끝에 마침내 석달간 한국에서 일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고 한국행을 서둘렀다. 페낭에서 한국으로 가는 운행편을 한번에 예약할 수 없어서 페낭에서 쿠알라룸푸르 까지는 말레이시아 항공으로 쿠알라룸푸르 에서 인천까지는 대한항공을 예약했는데 밤늦게 11시 20분에 운항하는 단 한대가 그나마도 매일 운행하진 않고 월수금에만 운행하기에 금요일에 하루 휴가를 내야했다.

앞으로 한동안은 차를 안쓸테니 방전을 막기 위해서 자동차 후드를 열고 어딘가에서 읽은대로 배터리의 음극을 빼놓고 수동키로 문을 잠궈 두었다.

페낭에서 KL로 이동하는 것은 CMCO 기간과 달리 공항에서 별다른 경찰 허가서를 요구 하지는 않았는데 페낭 공항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놀랐다.

내면과의 대화

그렇게 쿠알라룸프르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이륙을 기다리고 있는데 장이 말을 걸었다. “이봐, 급하게 내보내야 할게 있어” 엄습하는 불안한 마음을 누르며 이 작은 비행기에 화장실이 있는지 승무원에게 물어봤더니 다행히 있다고 한다. 눈을감고 이륙 후 좌석등이 꺼질때 까지 심호흡을 하며 마인드 콘트롤을 시작했다. “인간은 불안할 때 모든 안좋은 감정이 배가 됩니다”라는 아침에 유튜브가 골라준 영상강연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리면서..

좌석등 꺼지는 소리가 나자마자 비행기 꼬리쪽에 있는 화장실로 달려갔는데 아까 내가 화장실을 물어봤던 승무원이 마스크에 가려진 내 급한 표정을 눈치챘는지 화장실 문을 열어준다. 민망했다.

그런데 녀석이 답이 없다. 비행기는 흔들리고 소식은 없고 한 십분올 앉아 있었을까. 누군가 화장실 문을 쾅 쾅 두드리자 모든 의지가 사라졌다. 그냥 나오는데 기다리는 사람은 없고 아까 그 승무원이 괜찮냐고 물어본다. 아 쪽팔려.

짐 분실

어찌어찌 도착해서 짐을 기다리는데 얘도 안나온다. 오늘 뭔 날인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가방 안에 넣어뒀던 물품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혹시나 분실되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었는지를 말해야 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짐 나오는 벨트가 다 돌아가도록 나오지 않자 그 옆에 있던 공항관계자에게 말했더니 어디론가 한참 무전을 치더니 10여분 만에 어딘가에서 내 케리어를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나서 공항으로 나오니 5시 30분 가량. 비행기 수속은 8시에나 시작 할테니 시간이 좀 있었다.

공항에서 저녁밥 먹기

KLIA어 도착하고 나서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저녁 먹을 시간도 다 되고 해서 좀 돌아봤더니 문을 연 가게가 딱 한군데 밖에 없었다. KLIA2에는 문을 연 가게들이 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KL express를 타고 가봤더니 문을 연 가게들이 꽤나 있었다. 버거킹도, 서브웨이 그리고 몇몇 중식당들과 프렌차이즈 식당들이 문을 열었다. 식당들을 돌아본 후에 그 중에 한 곳에 들어갔더니 지금 마감중이라 문을 닫았고 한다. 버거킹에 가봤더니 알바생이 청소를 하고 있길래 문 열었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해서 주문하러 카운터로 갔더니 아무도 없다. 다른 누군가 나와서 지금 막 문 닫았다고 한다. 아마도 오후 6시 전후로해서 다들 문을 닫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간신히 서브웨이를 찾아서 서브를 하나 포장해서 비상 간식 거리로 챙겨 놓고 다른 문 연곳을 찾아다녀 봤더니 편의점 빼고는 그새 다들 문을 닫았다.

결국 저녁식사는 의도치 않게 5개월 만에 먹어보는 할랄 신라면과 삼각김밥으로 거하게 치팅을 즐겼다. 그리고 양이 좀 모자랐는지 포장해온 서브 반쪽도 먹어버렸다.

대한항공 수속

KLIA로 다시돌아와서 조금 기다렸더니 8시 무렵이되어 접수카운터가 열렸다. 대한항공과 코드쉐어를 하는 말레이시아 항공의 카운터 직원이 접수를 해줬는데 한국인 지상근무원 한 분이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봐주는 모양이었다. 내 짐무게 초과가 나오자 $75를 더내야 한다며 계산을 도와주러 내가 접수하는 카운터로 그 직원분이 왔다. 내가 예약한 꼬리좌석을 보더니 일부러 거기에 예약 한거냐고 물어본다. 조용하지 않을까 싶어서 일부러 구석진 자리를 골랐는데 그 말을듣자 뭘 잘못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자리 비어있냐고 물어봤더니 “많아요” 라며 좌석 하나를 추천해 주었다. 나쁘지 않은것 같아서 자리를 바꾸고 접수를 마쳤다.

필리핀 근처에 태풍이 있는 모양이다. 항로 변경으로 비행기가 연착 되서 한 30분 정도 탑승수속이 지연 되었다. 이 내용을 설명해 주려고 아까 그 지상근무원이 대기실 앞에 나타나셨는데, 그 말을 듣던 어떤 아저씨가 “배가 고픈데 김밥 같은거라도 줘야 하는거 아니냐”며 약한 진상을 시전 했다가 앞에 있는 음식점을 가리키며, 김밥 같은건 없고 배고프시면 여기 가게에서 뭐 좀 사 드시라는 역공에 간단히 진압 당하셨다.

비행기안에는 타는 사람이 적어서인지 다들 널찍이 자리를 차지하고 나도 비어있는 옆자리를 만끽하면서 편하게 왔다. 코로나 때문에 술과 음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안내가 나왔는데, 널찍한 자리 덕에 조금도 거리껴지지 않았다.

한국 도착과 득템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많은 경찰과 공무원들이 맞이해 주었는데, 잠재적 감염자이므로 정해진 동선대로만 움직이라고 했다. 먼 여행끝에 집에 도착해서 다음날 코로나 검사 받으러 갔더니 국가에서 보급품을 선사해 주었다. 안에는 간식 거리들과 레토르트 식품, 홍삼 등이 들어 있었는데, 잘 챙겨 주셔서 무척 감사했지만 혼자서 자가 격리 하는 사람들은 과연 이걸로 2주 동안 격리가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는 했다.

페낭 정착기

한국에서 페낭으로

한국에서 말레이시아 페낭으로 가는 직행 비행기가 없었기 때문에 쿠알라룸프르를 거쳐 페낭으로 가는 비행편을 구했다. 아침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있기는 했지만, 두시간 전에 나와서 수속을 마치려면 가족과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오후 4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골랐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울먹이는 가족의 배웅을 뒤로 하고 타고 온 오후 비행기는 다음 연계되는 편이 8시간이나 떨어져 있어서 8시간동안이나 공항에서 버텨한다는 사실을 그다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었다. 비행기 안에서 충분히 자 두면 밤샘 쯤은 식은죽 먹기일 거라며…

쿠알라룸푸르에 내려서 페낭가는 비행기로 환승하려고 갔더니 입국심사하는 아저씨가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면서 아직 시간 엄청 많이 남았는데 정말 들어 갈 거냐고 물어 본다. 배가 고팠다. 지난번 기억으로는 안에 가게들도 별로 없었기에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다시 KLIA2 공항으로 쪽으로 나왔다.

KLIA2는 마치 해외 자본의 각축장인것 같다. 이렇게 크게 지어 놓은 건물의 대부분이 외국계 프렌차이즈나 편의점들로 가득차 있어서 한국의 여느 동네와 같은 익숙함이 느껴진다. 심지어 요즘엔 한국에서 안보이는 패밀리 마트도 있다. 돈을 내고 가계로 들어가지 않으면 마땅히 앉아 있을 곳 마져 없는 이 공항에서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좀 앉아 있고 싶었지만, 커피를 줄이 려고 마음먹은 터여서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시간 보낼 곳이 없는지 여러곳을 검색해 봤다.

일전에 쿠알라룸프루 공항에서 아침까지 버티다가 에어로라인 버스를 타고 페낭으로 가는 여정을 고려했을때, 이 공항 안에 있는 저렴한 컨테이너 호텔에서 몇시간 자다가 출발하는 것을 생각했었기 때문에 혹시나 한 3시간정도 잘 수 있는 방이 있는지 확인해 봤는데 3명이서 쓰는 12시간 짜리 방밖에 남은게 없었다. 게다가 가격이 대략 10만원정도나 하기 때문에 다른 곳을 찾다가 시간당 가격은 더 비싸지만, 2시간에 5만원 정도하는 플라자 프리미엄 라운지가 있어서 물어보니 방이 다 찼단다. 8시간을 너무 만만히 보고 아무 예약도 하지 않은 안일한 내 탓이다.

시간이 흐르자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아지고, 맥도날드가게 안에는 햄버거 하나 시켜서 먹고 불편한 의자에 널부러진 사람들이 보이고, 스타벅스에는 이미 의자에 앉아서 잠든 사람들도 더이상 자리가 없고, 왠만한 기둥의 콘센트들을 중심으로 서로 낯선 여행객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충전을 하면서 각자의 핸드폰을 쳐다보는 풍경이 벌어진다. 나도 사람이 없는 충전기 기둥을 하나 찾아가서 핸드폰을 충전하고 핫스팟을 켰는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어느새 이 근처는 부랑자 합숙소 마냥 땅바닥에 널부러져서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되었다.

호텔(?) – Econtel

지역과 금액만 정해지면 페낭에서 집구하기는 한국만큼 어렵지는 않다는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말만 믿고 2주안에 집을 구하고 그 안에 checkout 하겠다며 agoda.com에서 싼 호텔을 찾아 다니다가 걸린게 Encotel 이라는 호텔이라는 이름의 값싼 모텔이었다. Agoda의 평점은 형편 없었지만 싼 가격에라도 비싼 수준의 서비스를 바라는 사람들의 심보가 반영된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고 2주치를 선불결제 했다.

주차할 자리가 모자라서 이중 삼중 주차를 하는 상가 주차장을 이 호텔이 함께 사용한다는 것과 그나마도 시간당 1링깃의 주차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5시간 이상은 5링깃) 간신히 잡은 세마리의 모기와 수도 없는 개미들, 제대로 잠기지 않는 문과 방충망이 없음에도 닫히지 않는 창문, 침대 하나와 화장실로 꽉 차는 좁아터진 방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실 주차장은 내 가장 큰 걱정 거리 이기도 했어서, Google street view로 이 호텔의 주차장 입구를 미리 확인했을 때는 안심했었는데 그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세배 비싼 다른 호텔의 주차장 이었을 줄이야… 엘리베이터도 없는 계단을 30kg이 넘는 짐을 들고 옮긴 다음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예정보다 일찍 체크아웃 하게되면 남은 돈은 돌려 줄 수 있는지 카운터에 물어 봤다. 원래 자기네 정책상으로는 되는데 내 경우는 Agoda를 통해서 계약 했으니 그쪽으로 물어 보라고 한다. Agoda에서 보내주는 확약 메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는데 “체크인 14일 이내에 취소하면 결제 요금 전체가 수수료로 부과 됩니다. No show하면 환불 불가합니다.” 다시말해 전체 요금을 모두 선불한 내 경우는 국물도 없다는 거다.

연휴 기간에 집구하기

멋도 모르고 음력설 연휴기간을 끼고 입국 했더니 부동산 agent들이 연락을 안받는다. 중국계가 많은 이 지역에서도 음력 연휴는 큰 명절기간이다. iProperty.com하나면 모든게 해결될 거라고 기대했던 내 얄팍한 계획이 현실의 벽앞에 좌절되고 있었다. 페낭관련 카페에서 활동한다는 한국분의 연락처를 찾아서 급한 마음에 연락을 했더니 바로 다음에 세채의 집을 보여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아니 두개의 쓰레기와 집 한 채라고 하는게 맞겠다. 급한 연락에 애써 준건 고맙지만 혼자 있을 집이니까 안 커도 된다고 말했음에도 굳이 방이 3개나 있는 낡은 집들을 보여주고나서 마지막에야 신축한 집을 보여주는건 일종의 판매 전략인건가?

마지막으로 본 집은 새로 지은 콘도의 스튜디오 룸이어서 크지도 않고 방도 깨끗해서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는데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월세 100링깃을 깎으려고 시도해 봤더니 의외로 바로 먹혔다. 더 불러 볼걸 그랬나… 하지만 사실은 연일 계속되는 개미와 모기의 협공으로 하루라도 빨리 호텔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 뿐이어서 안깎아 준다고 했어도 덥썩 물었을 것이다. 집주인 잘 만나는게 중요하다는 말을 여러번 들었는데, 한국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는 이 젊은 중국계 부부는 무척이나 호의적인 사람들이었다.

다만 그 후에 이 집에서 생활하면서 깨달은게 있는데, 페낭 섬에서 바다가 바로 보이는 view가 멋있지만 낮 동안 받는 태양 빛이 너무 많아서 에어컨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 할 정도이다. “일조량이 좋은” 집이 좋다는 건 거의 평생을 북위 38도 근방에서 살아온 나의 편견이었다.